‘새 나라’ 3色 미감…여태껏 몰랐던 조선 ‘새 미술’ [요즘 전시]
‘새 나라’ 3色 미감…여태껏 몰랐던 조선 ‘새 미술’ [요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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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계자들이 조선 건국 후 200여 년간 우리 역사상 가장 다양하게 공존했던 도자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국내 첫 공개되는 조선 15~16세기 ‘백자 청화 산수·인물무늬 전접시’. 개인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 시대가 일어나면 반드시 한 시대의 제작이 있다.”
조선 건국의 설계사 정도전의 말처럼, 새 나라 조선은 새 왕조의 체제에 걸맞는 미술을 빚어냈다. 푸른 청자의 시대가 저물고 분청사기를 거쳐 하얀 백자의 시대가 열렸다. 조선 건국을 주도한신축빌라매매
사대부는 시서화(詩書畵)로 인문을 길어 올렸다.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이었지만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 깊은 곳을 탐구한 불교미술은 생명력을 잃지 않았다.
용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일 개막하는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15~16세기 조선 전기집합명사
미술의 정수를 ‘백·묵·금’이라는 세 가지 색으로 들여다보는 블록버스터급 전시다. 백자의 백색, 수묵산수화의 먹색, 그 대척점에 있는 불교미술의 금색까지. 이번 전시는 조선 건국과 피어난 문화예술 혁신을 이처럼 색이라는 미학의 언어로 풀어냈다.
안견이 그린 ‘사시팔경도’ w저축은행
중 초여름 장면. [국립중앙박물관]
김혜원 미술부장은 “가시광선에 담긴 색의 스펙트럼에 따라 우리는 백색을 색이 아닌 범주로 보지만, 조선의 백색은 하나의 온전한 색이었다. 먹색은 농도에 따라 무궁무진한 색조를 낼 수 있는 색이었고, 부처가 발하는 금빛은 신도들에게 신성한 존재의 영험함을 전했다”고해외진출
말했다.
전시에는 도자, 서화, 불교미술 등 당시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만 691건(국보 16건·보물 63건)이 출품됐다. 국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만 해도 23건에 달한다. 현존하는 주요 작품이 대부분 국외에 있어 덜 알려진 조선 전기 미술을 드러내기 위해 박물관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도쿄국립박물관, 기메박물관, 영국박물관, 퀼른동아시주택감정가
아미술관 등 5개국 24개 국외기관의 소장품 40건을 빌렸다. 조선 전기를 주제로 한 대규모 기획전은 1996년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국보전 이후로 30여 년 만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사찰을 떠난 ‘조계사 목조여래좌상’을 둘러보고 있다. [연후불교통카드 연체
합]
조선 전기 200여 년의 미술을 여는 첫 장은 도자다. 이 시기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다양한 도자가 공존하던 변곡점이었다. 고려 말 쇠락한 청자의 자리를 흰 문양을 찍은 인화 분청사기가 이어받아 전성기를 누렸고, 마침내 15세기에 들어 눈처럼 새하얀 백자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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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의 장인들이 150여 년 동안 빚어낸 분청사기만 봐도 얼마나 다채로운지 짐작할 수 있다. 검은 철 안료로 거침없이 그림을 그리거나 칼로 섬세하게 무늬를 새기는 등 손길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길이 14m, 높이 3m에 이르는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고려 말 상감청자부터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까지, 색의 농도에 따라 빼곡하게 진열된 300여 점의 도자가 미감의우리은행제1금융권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전시는 조선 전기 사대부의 이상이 담긴 묵으로 축을 옮긴다. 무엇보다 거대한 우주질서가 녹아 있는 자연에서 길을 찾고자 한 당시 문인들의 정신세계는 산수화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조선 전기 회화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안견의 작품 ‘사시팔경도’가 대표적이다. 이른 봄부터 늦은 겨울까지 사계절을 두 폭씩 여덟 장면으로월복리계산기
그린 작품으로, 절기에 따라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농본(農本)’ 이념을 생각한 위정자의 이상이 투영됐다.
일본 모리박물관에서 빌려온 안견파 화풍의 조선 16세기 ‘산수도’. 작자 미상. [연합]
안견파 화풍의 특고등학생 국가장학금
징이 드러나는 또 다른 조선 전기 작품은 일본 모리박물관에서 빌려온 작가 미상의 ‘산수도’. 불과 20여 년 전만해도 송나라 미우인의 그림으로 여겨졌다. 명세라 학예연구사는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풍속 장면과 건축 기단에 표현된 ‘허튼층쌓기’는 16세기 중반 조선 화원의 표현 솜씨를 보여준다”며 “일본에서도 공개가 잘 되지 않았던 조선 전기 회화의 새로운 기준작으로, 국내 첫 공개작”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한 세트였으나 서로 다른 기관에 소장된 작품들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미국 라크마(LACMA) 소장 ‘산시청람도’와 일본 야마토문화관 소장 ‘연사모종도’는 ‘소상팔경도’ 중 두 장면에 해당하는 그림인데 이번에 최초로 나란히 전시된다.
일본 스오코쿠분지 소장 조선 1586년 ‘지장시왕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훈민정음’(해례본).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유교적 이상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조선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불교미술로 향한다. 김영희 학예연구사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대신하는 종교로서의 불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졌다”며 “예를 들어 불상을 만드는 일은 사사건건 반대 여론에 시달렸지만 조선시대 내내 한순간도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왕실 후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금색의 ‘조계사 목조여래좌상’은 조선 전기의 뛰어난 조각 예술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15세기 조선에 새롭게 들어온 티베트계 불교미술 양식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으로 사찰을 떠나 단 2주간만 공개된다. 삼베 위에 채색된 일본 스오코쿠분지 소장 불화 ‘지장시왕도’는 승려 화승과 신도들이 힘을 합쳐 공동의 염원으로 만들어낸 풍경을 그려낸다.
전시의 마지막은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국보 ‘훈민정음’(해례본)으로 닫힌다. 세종이 창제해 반포한 위대한 문자 체계를 넘어 이 시대 미감과 정서, 문화적 기반을 오늘까지 이어주는 다리 그 자체로써 의미가 남달라서다. 박물관은 “조선 전기 미술은 임진왜란과 조선 후기를 거치며 단절된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 변화와 발전을 거쳐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남아 있다”며 “1990년대 이후 여러 기관과 연구자가 국외 소장된 우리 문화유산의 현황을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국내에서도 그 면모가 조금씩 더 드러나게 됐다”고 전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성인 8000원. 개막을 기념해 10일부터 닷새간은 무료 관람할 수 있다.